나의 Linux 데스크탑 사용기 – 사용기 겸 추천하는 글

작성: 2026년 6월 4일

Linux를 쓰는 사람이 있어?

Linux는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가진 OS라는 것이 분명하다. 믿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알고보면 당연하다. 우선 스마트폰 시장의 72%를 차지하는 Android는 Linux 커널 위에서 동작한다. 또한, 우리가 매일 접속하는 온라인 서비스의 서버, 클라우드 인프라, 업무 시스템, 자동화 설비, 심지어는 학술용 슈퍼컴퓨터도 Linux가 대세다.

물론 데스크탑 시장의 모습은 다르다. 우리가 접근하는 데스크탑 시장의 70%는 Windows, 20%는 Mac OS가 점유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리눅스의 전세계 데스크탑 점유율은 약 5%로 알려져 있고, 그마저도 국내에서는 1%대에 그친다. (참고차 적어두자면 우리나라 인구 중 제주도민이 약 1.3% 정도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inux 사용자에 대한 오해도 많다. Linux에 대해 특수한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나 해커들, 심지어는 '홍대병' 걸린 괴짜들이나 쓰는 OS라고 상상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인식을 반박할 생각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소수 집단에 대해 갖는 편견이 그렇듯이,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글을 통해 내 개인적인 Linux(데스크탑) 사용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조금이나마 Linux 데스크탑 사용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람이다.

(익숙치 않은 사람을 위해 – Linux를 쓴다는게 무슨 뜻일까?) Linux 커널은 OS의 핵심 엔진 같은 개념이다. 엔진만 가지고는 자동차를 움직일 수 없듯이, OS도 커널만 가지고 움직일 수는 없다. 그래서 여러 개발자들이 Linux 커널에 각종 프로그램을 더해 '배포판'이라는 것을 만든다. 일반적으로 'Linux를 쓴다'라고 하면 이러한 배포판 중 하나를 사용하고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대표적인 배포판으로 Android, Ubuntu, Linux Mint 같은 것들이 있다)

라즈베리파이에서 Raspbian 사용

맨 처음 데스크탑용 리눅스를 사용한 경험은 라즈베리파이를 통해서였다. 고등학생 때는 경제적으로 독립을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을 구매하기가 어려웠다. 대신 라즈베리파이 같은 소형 보드 컴퓨터는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에 '연구'라는 핑계로 몇 개 사서 노는 게 인생의 큰 즐거움이었다. 2019년에는 “Raspbian”이라는 전용 OS가 있어서 설치할 수 있었다.

당시만해도 라즈베리파이는 RAM이 1GB도 되지 않는, 성능이 아주 낮은 기기였다. 그래서 Raspbian OS에서는 간단한 Python Script를 실행하거나 GPIO를 통해 센서와 모터를 제어하는 작업을 했다.

다만 일상적인 용도로 쓰기에는 기기의 성능이 부족했기에 진지하게 사용하지는 못했다. Linux를 체험만 해본 정도였다. 그래도 평생 윈도우 PC를 사용하던 나에게는 전혀 다른 UI(메뉴, 프로그램, 알림, 음향효과, 커서 모양)가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졌다.

Linux를 쓰게 된 이유: 노트북 옵션 타협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로는 보통 서버를 관리할 때 Linux를 사용했다. 서버용으로는 큰 고민없이 Ubuntu를 설치해서 사용했던 것 같다.

Linux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11월부터이다. 이는 매우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다가올 복학을 준비하면서 새 노트북이 필요했던 나는 Lenovo 사의 Thinkpad 제품군을 눈여겨 보고 있었다. Thinkpad는 나름 고가의 제품이기에 옵션 타협이 중요했다. 가장 큰 고민은 RAM이었다. RAM을 32GB로 맞추게 되면 노트북 가격이 160만원 정도였는데, 이때문에 RAM을 16GB로 낮추어야 할지 고심했다. 하지만 RAM 32GB를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고, RAM을 높이는 대신 Windows 11 라이센스 16만원을 아껴보기로 했다.

Windows 11 라이센스가 없으니 사실상 내게 주어진 옵션은 Linux 뿐이었다. 그때부터 Linux 배포판을 찾아보고, 유용한 소프트웨어를 소개하는 웹페이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Arch Linux 도전기

Arch Linux 배포판은 Linux 사용자들에겐 매우 특별한 배포판이다. 앞서 설명했듯 '배포판'은 기본 Linux 커널에 유용한 프로그램을 더 얹어서 묶어놓은 것인데, Arch Linux라는 것은 거의 기본 커널에 가까운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단점이 매우 명확하다.

장점: 프로그램이 가볍다. 불필요하게 돌아가는 소프트웨어 없이, 내가 필요한 것만 설치해서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커스터마이징이 매우 자유롭다. 내가 원하는 설정, 프로그램 조합을 마음껏 시도해볼 수 있다.

단점: 세팅할 것이 많다. 음향 드라이버 같이 일반적으로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들까지 조사하고 설정해야 한다. 결국은 자기만의 OS 세팅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사용 도중 생기는 문제를 고쳐 줄 사람도 나 혼자이다(내 설정은 내가 제일 잘 안다. 데이터가 없으니 AI도 모른다!).

간단히 말해 코어한 Linux 사용자들을 위한 배포판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Arch Linux를 선택한 이유는 크게 2가지인데 1) 기왕 RAM을 늘렸으니 불필요한 소프트웨어 없이 내가 모든 것을 컨트롤하고 싶었고 2) 한 번 쯤은 코어한 세팅을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팅 과정은 글로 읽는 것 만큼 복잡하지는 않았다. Arch Wiki에는 설치부터 대중적인 세팅, 프로그램 추천, 일반적으로 생기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관련 커뮤니티도 친절해서 문제가 생기면 다같이 고민해주는 분위기였다.

나는 여러 시행착오 끝에 Hyprland라는 Window Manager를 설치했다. Noctalia Shell이라는 프로그램을 같이 설치하여 꽤 쓸만한 환경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대로 복학해도 충분히 학교 생활이 가능할 것 같았다.

예상치 못한 문제, Fedora로 옮겨가기

하지만 내 Arch Linux는 복학 첫날에 문제를 예상치 못한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다. 그 이유는 휴학한 사이 바뀌어버린 학교 와이파이 시스템에 있었다.

일상적으로 와이파이를 연결하는 과정을 다시 떠올려보자. 디바이스의 와이파이 기능을 켜면, 기기는 주변의 와이파이 신호를 검색하고 화면에 그 목록을 보여준다. 사용자는 연결하려는 와이파이를 선택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비밀번호가 맞으면 연결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연결에 실패한다.

내 Arch Linux 세팅은 이런 시나리오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집에서나 카페에서나 와이파이를 연결해서 쓰는 데 무리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학교 와이파이는 달랐다. 새롭게 바뀐 학교 와이파이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같이 요구했다. 내가 설치했던 Noctalia Shell에는 “아이디” 입력 기능이 구현되어있지 않았다. 그래서 와이파이 목록에서 학교 와이파이를 선택하더라도, “아이디”를 입력하는 UI가 표시되지 않았다....

물론 해결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UI가 없는 것일 뿐, 네트워크 관리자 자체는 문제가 없으니 말이다. 터미널을 열어서 관련된 명령어를 입력해주면 연결이 가능했을 것이다. 다만 내가 그런 명령어를 전부 외우고 있을 리도 없고, 인터넷 연결이 안된 상태였으니 검색도 어려웠다.

그날 저녁 나는 OS를 재설치하기로 마음먹었다. 무려 3달간 동고동락한 세팅을 지우는 데는 큰 결심이 필요하지 않았다. OS를 내 마음대로 커스텀하면 더 자유로운 컴퓨터 생활이 가능할 것이라 기대하였지만, 오히려 내가 기계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조금 더 쉬운 길을 가보고 싶었기 때문에, Arch Linux 대신 Fedora 배포판을 선택했다.

Fedora + KDE 사용기

Fedora도 Linux 배포판 중 하나이다. Arch Linux에 비하면 커스텀 자유도가 부족할 수 있지만, 여전히 Windows나 Mac에 비하면 충분하다. Arch Linux에 비해 Fedora가 가지는 장점은 일반적으로 인기있는 데스크탑 세팅을 포함해서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세팅 중에서 'KDE'라는 옵션을 선택했다.

사실 Arch Linux에도 KDE를 설치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Arch Linux에 KDE를 설치한다 하더라도 다양한 부속품을 내가 신경써서 설정해주어야 했을 것이다. 반면 Fedora는 '일단 무리없이 돌아가는' 상태의 초기 세팅을 제공해주었다.

Fedora를 나에게 맞게 커스텀하는 과정은 조금 더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더이상 수백 줄의 yml 파일과 소규모 개발자 디스코드, 소중한 1페이지짜리 공식 문서와 씨름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없었다. 시스템 유틸리티가 아니라 응용 프로그램 설정에 집중할 수 있었다.

Fedora KDE 조합은 아직까지는 매우 만족하고 있고, 솔직히 주변에 권하고 싶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집에 있는 Windows 11 노트북도 듀얼부팅으로 Linux 환경을 설치해주고 싶을 정도이다. Linux 환경의 장단점을 아래에서 작성해보겠다.

Linux 사용에 아쉬운 점

앞서 말했듯 국내 데스크탑 Linux 점유율은 약 1% 내외로, 글로벌 5%에 비하면 꽤 낮다. 아마도 갈라파고스와 연관되어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몇 가지 문제를 겪을 수 있었다.

아쉬운 점 1. OTT 화질 문제

우선 고화질 OTT 시청이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Netflix는 480p 화질이 최대이다. 배포판이 다양한 Linux 특성상 OTT 제공업체가 DRM을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즉, Linux에 고화질 영상을 보여주는 경우 불법 복제를 막기 어렵다고 한다). 다만 이미 Youtube에 가면 고화질 클립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Linux에서 화질 제한을 해서 불법 복제가 막아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의문은 들지만 어쩔 수 없다....

아쉬운 점 2. Linux 버전이 없는 일부 상용 소프트웨어

그리고 일부 상용 소프트웨어는 Linux 버전이 없을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톡이나 증권사 HTS들, 그리고 고려대학교 온라인 시험용 소프트웨어가 있다. 특정 프로그램을 쓰면 윈도우용 소프트웨어를 실행시킬 수 있기는 한데 이런 과정 자체가 불편하다.

Microsoft Office 대신 Libre Office를 쓰는 것처럼 대체 프로그램이 있으면 괜찮지만, 증권사 HTS처럼 마땅한 대체품이 없을 수도 있다.

참고로 게임은 Steam에서 Linux 지원을 해주어서 문제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Linux를 써보면 좋을 이유

장점 1. 방대한 소프트웨어 생태계

Linux 소프트웨어는 정말 많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소프트웨어가 곳곳에서 개발되고 있으며 놀랍게도 서로 호환된다. 빅테크는 자사 제품을 사용하게 하기 위해서 독자적인 포맷(파일, 네트워크 등)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사용자는 해당 기업 제품에 종속되어버리고, 경쟁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어려워진다. Linux 소프트웨어들은 다르다. 표준적인 가이드라인에 맞춰 개발하기 때문에, 동일한 기능을 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선택지가 있다.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입맛에 맞게 개조하는 것도 자유롭다.

특히 배포판별로 패키지 매니저(apt, dnf, yay 등)가 있어서 여러 프로그램을 설치하기가 쉽다. Windows도 winget을 강화하고 있지만 일상적으로 쓰는 케이스를 보기는 어려웠다.

가장 만족한 소프트웨어로는 NewsFlash(RSS 피드 리더), Yakuake(터미널), KPatience(솔리테어 게임)이 있다.

장점 2. 자유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Windows나 Mac OS에 가지는 가장 큰 불만이 자유도이다. 이런 상용 OS를 쓰면 내가 구매한 기계임에도 빅테크가 설정한 대로 사용하도록 만든다. 누군가는 “적응하면 편해”라고 말하지만, 애초에 사람이 기계에 적응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Fedora KDE의 경우 UI와 창 규칙 등 요소를 마음대로 커스텀할 수 있다. 사용자는 메뉴바와 작업 관리자, 제스처, 타이틀바 디자인과 동작을 취향껏 고를 수 있다.

Mac와 Window 모두 자사 프로그램(Copilot, Apple Music)을 억지로 설치하고 삭제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Linux 환경에서는 그럴 유인이 없다.

심지어는 KDE Connect를 쓰면 Mac에서 iPhone을 제어하는 것처럼 Linux에서 Android를 제어하도록 할 수도 있고, Moonlight 소프트웨어를 써서 iPad를 휴대용 모니터로 쓸 수도 있다.

장점 3. 해외 소프트웨어 경험 및 전망

대한민국은 소프트웨어 면에서 상당히 갈라파고스화 되어있다. 아직도 공동인증서, Active X가 필요한 곳이 남아있는 것은 물론이고 HWP 포맷처럼 독자적인 규격을 쓰기도 한다. 카카오톡은 국내에서 쓰지 않는 사람이 없지만 해외에서는 사용할 일이 없다. 지도, eBook, 휴대폰 인증, 심지어는 웹 서비스인 인터넷 커뮤니티나 포털 사이트도 그렇다.

갈라파고스화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한 번 쯤은 외국의 소프트웨어 환경을 경험해보면 국내 소프트웨어도 많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U는 최근 정치적으로 미국 소프트웨어와의 디커플링을 준비하고 있고, 이에 따라 오픈소스 대안을 탐색하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 정부는 공공기관에서 Linux를 사용하도록 전환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유럽 개발자들이 오픈소스와 Linux 진영에 더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Linux 시스템에 익숙해지면 앞으로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 여행은 비싸지만 유럽식 소프트웨어 탐방은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