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은 글을 쓰려고 결심한 이유

2025년 4월 22일 작성 시작 2026년 2월 1일 작성 완료

글을 쓰지 못하겠다.

나는 지난 몇 년 간 제대로된 글 하나를 완성하지 못했다. 책임 있는 지식인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으로서, 내 생각을 정리한 짧은 글 하나 완성하지 못한다는 건 참 애석한 일이다.

글을 쓰기 싫었던 것은 아니다. 살면서 정리할 만한 생각, 공유하고 싶은 생각도 정말 많았다. 이런 단발적인 생각을 제대로 보관해두고 싶었다. 하지만 글을 쓰려고 시도할 때마다 번번이 포기했었다. 그 결과 초안만 가득히 쌓인 폴더를 보유하게 되었다.

글을 왜 완성할 수 없었는가

내가 글을 완성하지 못한 것은 수학의 영향이 크다. 엄밀히 말해서 내 글쓰기는 증명에 가까웠다. 마치 수학의 증명처럼, 생각하고 주장하는 것들이 완벽하게 논증되기를 바랬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일된 용어의 정의와 합의된 공리 체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나는 피자를 치킨보다 좋아한다'라는 간단한 표현을 살펴보자. * 우선 '피자'란 무엇인지 모호하다. 단순히 재료만 살펴보더라도 '하와이안 피자'가 '피자'인지에 대해 첨예한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 * 시간적 요소도 고려해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구운지 몇 달이 지나 상해버린 피자도 '피자'일까? * 그리고 항상 피자를 치킨보다 좋아한다는 것일지도 의문이다. 만약 지난 일주일간 매일 피자를 먹은 뒤에도 피자를 치킨보다 선호할 것인가? 저 짧은 표현에는 이같은 각오가 들어있지 않다.

결국 '나는 피자를 치킨보다 좋아한다'라는 한 문장을 엄밀하게 이야기하려면 1. 내가 의도하는 피자, 치킨의 정의와 2. 선호 관계가 성립되는 특정한 제약 조건이 필요하다. 즉, '오늘 점심을 굶었고 지난 2주간 피자를 먹지 않은 나는, 향후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금일 저녁 메뉴로 감자가 들어간 피자를 어떤 종류의 후라이드 치킨보다 선호한다.' 같이 표현하는 것이 낫다.

하지만 정말 '완벽한' 진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깊이 파고들자면 위의 진술에도 문제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증명 같은 글을 쓰려면, 소모적인 자기 교정의 늪에 빠져들게 된다. 내가 글을 계속 쓰고 지우면서, 말하려는 내용보다 소소한 표현에 매몰되는 이유이다. 나는 무언가 말하려는 것은 있지만 그에 필요한 전제를 나열하는 데 시간을 과하게 쏟았고, 지친 나머지 글쓰기를 포기하게 된 것이다.

글쓰기의 목적은 소통

글을 증명처럼 쓰려는 태도는 표현을 제한했다. 글쓰기에서 증명을 추구할 수는 없는 것일까? 만약 반박의 여지가 없는 글쓰기가 어렵다면 어떤 글을 써야하는 것일까?

인간이 만든 질서에서는 수학과 달리 합의된 공리가 없으므로, 주장 자체로는 '참과 거짓'을 구분할 수 없다. 즉, 내가 작성하는 글이 수학에서의 증명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기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공정한 대학 입시를 위해 수능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라는 주장은 '참'이면서도 '거짓'이다. 사람들은 공통된 기준이 아니라 각자의 가치관(공정이란 무엇인가)에 따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이는 전제와 추론은 주장의 설득력을 높이는 도구이지, '참'을 보장하는 절차가 될 수는 없다.

글을 쓰는 이유는 지식을 타인에게 공유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고도의 불완전한 논증에 집착하기보다는, 비록 나의 생각과 가치를 솔직하고 정갈하게 표현하는 쪽이 더 목적에 부합하다. 허술한 부분은 토론과 소통을 통해 보완하면 그만이다.

마치며

나는 앞으로 글을 쓸 때 다음의 조건을 명심하려 한다. * 독자의 상식을 믿는다. 피자가 무엇인지 정의하면서 작성하지는 않을 것이다. * 글쓰기의 목적은 증명이 아니라 소통이다. 상세하고 엄밀한 논증은 논문에 작성한다. * 비판을 수용한다. 건강한 토론에 열린 태도로 임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책임 있는 지식인이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블로그를 통해서, 불완전한 생각이라도 거침없이 내놓고 수정해나갈 수 있는 자세를 기른다면 좋겠다.